‘종북’, ‘운동권’ 점철된 한동훈 메시지, 여당 심판론 자극

선거 후 화근될 민주당의 조수진 옹호, 타이완해협 외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총선으로 유의미한 정치 변화가 당장 일어난 적은 별로 없다. 5공청문회 실시와 지방자치제 도입을 낳은 1988년 제13대 총선,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해낸 2016년 제20대 총선 정도다.

장기적 영향을 만든 사례로는 2000년 제16대 총선이 있다. 3~4각 지역 구도를 청산하고 팽팽한 양당체제를 열었으며, 현재까지도 정치를 하고 있는 여러 정치인들을 입문시킨 선거다. 이 밖의 한국 총선은 대선의 연장전이거나 전초전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총선은 아예 ‘이재명 대 한동훈’ 대선처럼 치러지고 있다. 두 사람의 유세를 포함해 전체 구조를 보라. 거대정당 구성원들이 일렬 종대로 서 있고, 그 맨앞에 당 대표자가 있다. 아이돌 문화에서 유행해온 ‘릴레이 댄스’처럼 멤버 중 한 명이 제일 앞에서 혼자 춤을 추다 뒷줄에게 차례를 넘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줄 꼭짓점’ 댄스다. 정당에 악영향을 끼치는 캠페인이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양당 중 어느 쪽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짚을 수 있다. 한동훈의 국민의힘이다. 

한때 한동훈 비대위는 이재명 대표체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 상당한 동력을 상실했다. 윤 대통령을 상대로 ‘황상무 해임/이종섭 귀국’이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고도 반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한 위원장의 무능 때문이다. 

한 위원장의 메시지를 돌아보면, ‘종북’, ‘이재명 민주당’, ‘86운동권’, ‘재개발’ 없이는 말을 이어나갈 수나 있는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정치하는 사람이 ‘복지국가’나 ‘연금개혁’ 같은 말은 쏙쏙 피해나가는 것이 신기하다. ‘100단어 수첩’이라 불리웠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위원장보다는 어휘력이 풍부해보인다. 

민생 경제가 어렵다. 노태우~노무현 정부 시절에 비해서는 경제가 어려운 것을 당시 정권만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경향이 옅어졌지만, 사람은 한 번은 분을 풀고 지나가는 법이다. 이 가운데 한 위원장의 마음이 그들식의 ‘적폐 청산’에 쏠려 있다는 티가 났으니 여당은 ‘민생 분풀이 투표’의 과녁을 자처한 셈이다. 

이 와중에도 한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아직도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가. 지금 국민의힘이 밀리는 게 외연 확장이 안 돼서지 지지층 결집을 덜해서인가. 한 위원장 메시지의 문제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지켜보는 전국민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지지자들에게만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저러니 이재명 대표는 요즘 총선을 크게 이긴다는 생각에 흥분한 것 같다. 그 승리가 온전히 자신의 대선 가도로 수렴된다는 기대에 또 흥분한 것 같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총선을 이긴다고 해서 총선에서 나타나고 있는 위기 징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어린이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어린이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큰 것 세 가지만 짚는다. 첫째, 민주당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한 조수진 변호사를 끝까지 옹호했다. ‘가해자도 변호 대상’ 운운은 논점 이탈이다. 조 변호사는 간접 증거나 정황조차 없이 성범죄 피해아동을 두고 ’가족 등 다른 사람과 성관계 했을 가능성‘을 논하다 “다른 사람과 많은 성관계를 한 다음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피고인 변호가 아니라 피해자 모함이며, 변론이 아니라 창작이고 허언이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국민의힘 싫어 겨우 민주당을 찍는 유권자들, 특히 2030세대 진보 성향 여성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민주당을 떠날 것이다. 

둘째, 이 대표는 최근 재판에 또 무단 불출석했다. 재판부가 강제구인을 경고했는데도 이렇게 한 것은, 강제구인을 못할 것이라 계산한 것인가, 아니면 강제구인을 역이용 기회로 보고 있었던 건가. “공당 대표로서 선거 일정에 충실해야 하므로 재판을 미루기를 원한다”고 요청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재판부가 수용하지 않았으면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평범한 시민들은 재판에 불출석하면 불이익을 당한다. 

셋째, 이 대표는 3월 22일 “양안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나”,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라고 말했다. 2021년 문재인-바이든 공동선언은 “타이완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해야 할 일은 한 것이다. 다음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결국엔 이와 같이 하든지, 아니면 이 대표 말대로 했다가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고 국내에서 반중 정서를 유도하든지다. 

이 대표 역시 한 위원장처럼 눈앞에 있는 지지자에 몰입해 그들 입맛을 따라가고만 있다. ‘영혼 없이 여당을 찍는 사람’은 비교적 드문 반면 ‘영혼 없이 야당을 찍는 사람’은 제법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를 낙관할 만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정당 대표쯤 되는 정치인이라면 목전의 선거뿐 아니라 선거 이후까지 내다봐야 한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뉴스버스
포털 '다음'에선 기본값으로 뉴스버스 기사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정권 비판 뉴스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뉴스버스 기사를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