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각지대 이주노동자 차별 개선 솔루션

대기업 출연금으로 공공이 빈집 매입뒤 저렴한 주거 제공

대기업 ESG크레딧 확보하고 중소기업은 ESG부담 덜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 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지난 9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이나 농촌 지역 어디를 가나 외국인 노동자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취업노동자로 1년에서 10년을 기한으로 온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제 외국인 취업 노동자 없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기업 ESG는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내의 대표적인 ESG투자 평가기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한국형 ESG 모범규준’에는 노동 관행에 관한 평가를 위해 ‘공정한 고용과 동등한 급여’, ‘노동기본권 보장’,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 ‘안전보건 거버넌스 구축’, ‘안전보건 성과지표’, ‘일과 생활의 균형 지원’ 등의 항목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국내 기준은 국제노동기구 ILO 의 10 대 노동의제는 물론 유엔의 'ESG표준'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추진(Advancin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through 'ESG  Stabdard')과 이에 따른 국제금융공사(IFC), 세계은행(World Bank) 등이 제시하는 ESG  규준의 노동관련 의제와 대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업 경영 차원이나 투자자의 의사결정 과정 모두에서 노동과 밀접한 ESG 항목들은 상대적으로 거의 다뤄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특히 ESG하면 환경부터 생각하다 보니 환경 비용이 증가한만큼 노동 조건이 악화할 여지마저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과 농업 현장을 지탱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개별 기업이 ESG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주어진 ESG 가이드 라인을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다. 외국인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의 주요 영역인 노사관계에서 해결책은 없을까? 

국내 노동자와 다른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회적 공공서비스와 결합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취약 지점에서 발생하는 영세 기업가와 이주노동자 간의 이해 충돌을 당사자에게만 맡겨둬선 곤란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조건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생산해낸 결과는 우리 경제를 떠받쳐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의 일부를 사회에서 공공이 해결해 주는 게 효과적이고 필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에 다가설 수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 협력을 통한 ESG 솔루션을 제안한다. 

이주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주거가 취약하다. 임금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주거 취약성은 이들의 생존적 문제와 직결돼 있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주거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ESG적 관점에서 상당한 사회적 의미가 있다. 

시골 빈집이나, 연립 주택 등 상대적으로 주택시장에서 소외된 민간 주택이나 미분양 주택 등을 공공이 매입, 개·보수한뒤 비교적 저렴하고 안전하게 이주노동자 전용 임대 주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려해봄직하다. 동참하는 기업들이 서비스에 필요한 자금을 출연하되, 출연 기업들에겐 ESG 평가 보너스를 제공해 주는 구조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런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이나 농업분야에서는 이주노동자 고용에 따른 ESG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ESG는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에게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기업은 금융기관들의 ESG 평가 기준을 따르는 행동으로 크레딧(CREDIT)을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은 이주노동자 주거서비스에 투자한 만큼의 ESG크레딧을 얻어 ESG평가 지표를 개선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이 크레딧 덕에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이주노동자를 ESG 기준에 맞게 대우하고 고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을 통한 가장 효과적인 ESG 경영의 모델로 정립될 수도 있다. 

두번째는 의료서비스다. 이주노동자들의 질병과 재해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 또한 절실하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의 거주지가 서울 외곽이나 지방 중소도시인 만큼 지방 공공의료 및 공중보건소 이용 혜택을 적극 검토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부족한 지방 의료 수요를 늘려 지방 의료 공급이 확대되는 계기가 돼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의료서비스까지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자체는 이를 통해 지자체 ESG  평가에서 가산점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부문이다. 

마지막으로는 금융서비스이다. 대개 이주노동자들은 출신 국가를 떠나기전 고율(연30%가량)의  부채를 지고 한국에 입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의 협력으로 이 고율의 금융 이자를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P2P 금융의 한 모델로, 이들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민간이 제공하여 금리를 절반 이하로 낮추되, 정부는 금융 사고에 대한 일부 보증만 담보하는 형태다. 즉 민간의 여유 자금으로 이주노동자들의 고리 사채를 대체해 금융비용을 절감시켜 주고, 민간인 투자자들은 안전하게 금융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틀을 짜는 것이다. 1거 3득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통한 주거 해결 방안, 공공의료와 정부·지자체 지원을 통한 의료서비스 개선 방안, 마지막으로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여 고율의 이자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금융 서비스 등을 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같은 근로‧임금조건에 생산 활동을 더욱 안전하고 윤택하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실현만 된다면 한국은 ESG 실천에 있어서 적어도 S(사회적 책임)부분 만큼은 선도적인 모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SG가 넘어야 할 파고가 아니라 공생을 통한 희망의 길이 되는 것이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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