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운명공동체적 대응은 여당이 바라는 바

검찰 칼끝 앞 민주당, 지금은 단일대오이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가계부채와 고금리'편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가계부채와 고금리'편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1. 위기의 늪에 빠진 이재명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기에 처했다. 본인 스스로 측근이라 밝힌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 긴급 체포된 후 구속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김 부원장 구속이 아니다. 유동규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초기에는 윗선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대표 측이 자신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듯하다. 지난 며칠간 거의 매일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이 대표가 공인한 또 한명의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실장도 성남FC 후원금 건으로 출국금지를 당했다. 유 본부장의 추가폭로에 따르면 정 실장도 적지 않은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나온다. 2014년, 이 대표의 성남 시장 재선 때부터 시작되었다 한다. 정 실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시간문제고, 그 종착점은 이 대표가 될 것이다. 

이 대표는 공소시효를 감안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먼저 기소가 되었다. 그밖에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변호사비 대납 등의 혐의로는 직접 조사를 받지 않았는데, 주변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법 상 주변을 모두 마무리한 후 주범 또는 공범으로 이 대표를 조사하고 기소 등의 사법절차를 밟을 것이다. 예견된 일이다. 이 대표가 여러 혐의로 재판에 회부될지나 유죄판결을 받을지 여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행정을 책임졌던 성남시를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 대표를 뺀 수사란 상정할 수가 없다.   

2. 민주당의 전략적 고민 부재 

민주당의 처지가 곤혹스러워졌다. 일단 야당탄압이라고 질렀다. 김 부원장 책상을 겨냥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몸으로 막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명인사들과 개딸 등의 열성 지지자들이 나섰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들이 마련한 장외집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도 아닌 김 부원장이 민주당과 한 몸이 되어버렸다. 전략적 고민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몹시 당황한 것 같다.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이루어진 일련의 수사를 야당탄압이라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주)>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물은 결과 57.8%가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자신이 관련된 의혹 조사에 직접 협조해야 하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62.3%가 "협조해야 한다"고 답했다.(여론조사 공정, 10/24~25, 1,005명) 

김용 구속 이후 정당 지지율도 출렁였다. <뉴스핌>의뢰로 <알앤써치>가 실시한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0.5%, 민주당은 36.0%이다. 전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3.3%포인트 급락하고 국민의힘은 6.0%포인트 급등했다. 3주 만에 뒤집혔다.(알앤서치, 10/22~24, 1,028명)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인 전쟁기념관 앞에서 '검찰의 더불어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 및 정치보복 수사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인 전쟁기념관 앞에서 '검찰의 더불어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 및 정치보복 수사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묶인 민주당

민주당의 대응은 정부여당이 바라는 바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반등의 기회로 삼을 마땅한 수단이 없는 정부여당으로서는 이 대표와 그 주위에 대한 사법적 압박보다 더 훌륭한 카드를 찾기 어렵다. 정부여당은 과거 민주당이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것처럼 이재명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 상태가 2014년 4월 총선 전까지 이어지기를 원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스스로 늪에 빠지는 것에서 나아가 이 대표와 민주당을 쇠사슬로 묶고 있다. 

민주당이 왜 이럴까? 우선 이 대표의 책임이 제일 크다. 이 대표는 취임 초 민생을 중심에 두겠다고 했지만 김 부원장의 구속 이후에는 본인이 대여투쟁을 이끌고 있다. 국회 본관 앞에 1,200명을 불러 모아 집회까지 열었다. 이쯤이면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나는 것이 정치적 관행이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CBS, 김현정 뉴스쇼, 10/26) 2003년 말 한나라당 차때기 사건으로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이었던 서정우 변호사 등 정치인 32명과 기업인 2명이 사법처리됐을 때 이 전 총재는 “대선자금에 관한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가 감옥에 가겠다”고 발표했던 것과 비교된다. 

민주당이 미국 공화당처럼 되었다. 미국 공화당은 한 때 티파티에 흔들렸고, 지금은 트럼프주의자들에게 완전히 포획되었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정치인들은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훌리건들에게 포위되었다는 반증이다. 물론 그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 시절 당은 친문 정치인과 대깨문이라 불리는 문 대통령 팬덤이 장악했고, 여기에 대항하는 정치인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수처에 반대하고 조국을 비판했다가 국회의원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금태섭 전 의원이다. 민주당이 특정 정치인의 팬덤 또는 훌리건에게 휘둘리는 구조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만 그 구심점이 문재인에서 이재명으로 옮겨간 것뿐이다. 그 행태는 더 극단적이다. 아마 이 대표가 더 뛰어난 선동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비주류는 약하다. 2015년 안철수 전 대표를 위시한 비문세력이 민주당을 이탈하면서 민주당의 비주류가 거의 소멸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고, 비판적인 친문 정치인들은 당을 그런 식으로 운영한 원죄가 있어 반대 목소리를 대표하기 어려운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이다. 

간혹 당의 중심을 잡아주거나 여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던 원로그룹도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 부원장 구속 직후에 이 대표가 민주당 원로들을 소집했다.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원로들은 현 상황을 민주주의 위기이자 검찰독재로 규정하고,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에 맞서 단합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했던 원로들의 인식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다. 이 대표의 가장 강력한 후견인 역할을 하는 이해찬 전 대표가 원로회의 여론을 좌우한 결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 당직자 등이 26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 당직자 등이 26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4. 민주당, 단일대오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서서히 말려죽이겠다’고 했다. 섬뜩한 경고다. 조응천 의원은 최근 수사상황에 대해 ‘정부여당의 전략이 고사시키는 것에서 전기톱으로 밑동을 한 몫에 잘라내는 것으로 바뀐 것 같다’는 관전평을 내놨다.(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10/26) 

검찰 출신이 하는 말이라 일견 그럴 듯하다. 하지만 지나친 해석으로 보인다. 지금은 과거 청와대, 여당, 안기부, 검찰, 경찰, 보안사 등이 한 몸이 되어 국정을 요리하던 시절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수준을 볼 때 전체를 아우르는 콘트롤 타워가 존재하거나, 정교한 그림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 대표 관련 수사도 모든 것을 이미 다 확보해놓고 수순만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검찰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다 털어놓기를 기대하고, 또 회유했겠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 그가 입을 열줄 알았겠는가? 사법부가 검찰의 뜻에 따라 판결을 내려줄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정부여당이나 검찰이 수순을 마음대로 조절할 정도로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단지 이 대표는 사법절차라는 궤도에 올라탄 것이고, 진위에 따라, 확실한 증거와 증언에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에 따라 속도가 줄었다가 붙었다가 하며 나아갈 뿐이다.

민주당은 끝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처음 사법리스크가 거론되었을 때 이 대표 측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단호하게 대처하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민주당 내 비명세력들도 어지간해서는 민주당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김용 부원장의 구속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호남의 동요도 크다는 소식이다. 아무리 경고를 받아도 직접 닥치지 않으면 실감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앞으로 검찰이 김 부원장 구속과 비교할 수 없는 폭탄을 투척할 경우 민주당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 때는 김해영 전 의원 발언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윤석규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YMCA 경실련 등에 몸담아오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정치전략통’이다. SNS 등에서 합리적 진보 논객으로 활동 중인 그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뉴스버스
포털 '다음'에선 기본값으로 뉴스버스 기사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정권 비판 뉴스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뉴스버스 기사를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